이용식 동문(정외91졸), SBS 사회부 기자

이용식 동문(정외 91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감옥이라 부른 봉하집을 나왔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노 전 대통령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범죄혐의로 전직대통령이 검찰에 불려 나간 것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이다.

물론 두 전 대통령과 범죄의 질이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군부독재정치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드높인 노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혐의로 두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검찰에 소환된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고 씁쓸하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 검찰의 수사가 처음부터 의도적이고 무리했다는 정치적 해석도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혐의입증은 증거 제일주의를 원칙으로 삼아야할 검찰의 몫이고, 범죄성립의 유무는 법관의 판단에 달려있다.

유·무죄를 떠나 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드러난 가족과 측근들의 나쁜 행동만으로도 헤어나기 쉽지 않은 깊은 수렁에 빠졌다. 더 나아가 도덕적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추구했던 평화,인권,부패청산등 민주주의에대한 열정, 투기세력 원천봉쇄 같은 경제제도개혁의 가치까지 송두리째 부정돼서는 결코 안된다. 그가 꿈꾸고 추진했던 성숙한 민주주의의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함께 공유할 시대정신이고 당위적 가치이다.

노 전 대통령도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의 문을 닫겠다며 올린 글에서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라며 개인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추구했던 시대정신의 가치를 분리해 바라볼것을 당부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인간의 역사를 소유사(所有史)로 바라본 법정스님은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연히 떠나갈 것이다”라며 무소유의 삶을 예찬했다. 현재 권력을 쥔 사람들과 미래 권력을 꿈꾸는 사람들이 새겨들을 만한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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