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선 작가ㆍ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

채현선(문화예술대학원 재학생) 작가
어느 책에서 보니 ‘격려(encouragement)’라는 말은 라틴어의 ‘심장’에서 나왔다고 한다. 심장을 준다는 것, 즉 뜨거운 심장을 주듯 마음을 덥혀주는 것이 바로 격려다. 나는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온기가 일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꼭 맞는 단 하나의 열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어떤 분들과 식사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소설, 왜 써요?”

막연하고 당혹스럽게 느껴져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격려를 받는 자리여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쓰고 싶으니까 씁니다.”

그분은 실망의 빛을 감추지 않았고 나는 애꿎은 젓가락질만 해댔다. 뭔가 특별한 소설적 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늘 그렇듯 사람들의 기대는 너무 크고, 내가 가진 것은 너무 작기만 하다. 그렇기에 나는 약자일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건 분명 패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소설 모임에서 합평을 하다 보면 종종 ‘푼크툼(punctum)’의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뾰족하고 예리하게 찌르는 힘, 즉 마음에 강렬하고 감동적인 인상을 남기는 예술적 소질이나 재능을 말함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 매번 감동적이고 기발하며 누가 본다 해도 좋은 작품만을 쏟아낼 수는 없다.

쓰고 싶으니까 씁니다. 질문을 던진 그분에게는 건방지거나 멍텅구리 같은 대답이었겠지만, 이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엄청나게, 진정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다.

내게 ‘소질’이나 ‘재능’은 그것을 하고 싶은 마음, 혹은 하고자 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예술의 코드는 타인을 향한 위로라지만, 나는 단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 하고 싶은 마음에서 얻는 ‘재능’이 어느 정도인가는 물론 자신의 몫이다. 그러고 나니 천재가 아니어도 괜찮아, 반짝거리지 않아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아,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소설가가 되었다고 해서 세계가 달라지는 일 따위는 없다는 걸 모르지도 않는다. 어느 누군가에게 내 소설은 아무것도 아닌, 특별할 것도 없는 까만 글자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아. 다만,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맞닿아 작은 불꽃이라도 일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특별할 것도 없는 게 아닌, 또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축복이 찾아와 준다면 더없이 감사할 일일 것이다. 꼭 맞는 단 하나의 ‘마음열쇠’ 같은 것 말이다.

설령 그것이 터무니없는 바람일지라도, 생각대로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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